최근 교육 현장에서 가장 분명하게 체감되는 변화 중 하나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교육의 변화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생성형 AI는 더 이상 일부 전문가만의 도구가 아니라, 학생과 교사, 기업과 대학, 공공기관 모두가 마주해야 하는 새로운 학습 환경이자 업무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휴몬랩의 박지상입니다.
저는 2017년 휴몬랩이 처음 출발하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왔습니다. 지난 8년 동안 교육 제품 및 콘텐츠 개발, 교육, 영업 등 여러 실무를 경험하며 교육 현장의 변화와 가능성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저희는 SW 교육 회사로 시작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코딩을 쉽고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해 왔고, 저 역시 초중고 학교, 대학, 기업, 기관을 대상으로 SW 교육, AI 리터러시, 디자인씽킹, 기업가정신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와 연수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최근 몇 년 사이 교육이 맞이한 가장 큰 변곡점이 바로 생성형 AI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AI 기술이 등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른바 ‘AI 에이전트’가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AI가 역할을 나누어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저는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학생들은 과연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그리고 지금 우리가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전공 지식과 직무 역량은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유효할까요.
제 전공은 제품디자인이었습니다. 국내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오랜 시간 전문성을 쌓아왔고, 그것이 제 경쟁력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AI 도구를 활용해 단 한 시간 만에 만든 결과물이, 과거 제가 며칠씩 들여 만들던 결과물의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마주합니다. 이 경험은 단순한 놀라움을 넘어, 인간이 앞으로 어떤 능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제 교육이 기존의 질문을 넘어 새로운 질문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얼마나 빨리 정답을 찾는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기억하는가, 얼마나 정확히 절차를 반복하는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런 종류의 작업은 점점 더 AI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더 중요해질 역량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문제를 발견하는 힘, 사람을 이해하는 힘, 맥락을 읽는 힘, 여러 가능성을 조합하는 힘, 그리고 아직 없던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힘입니다. 다시 말해 ‘무엇을 아는가’보다 ‘무엇을 질문할 수 있는가’, ‘무엇을 연결할 수 있는가’,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 앞에서 교육이 주목해야 할 방법론으로 ‘생성형 디자인씽킹’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다소 낯선 표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 변화를 설명하기에는 매우 적절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씽킹은 본래 공감, 문제 정의, 아이디어 도출, 프로토타입, 테스트의 과정을 통해 사용자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입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단순한 아이디어 회의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문제를 재정의하며 해결책을 실제로 실험해 보는 태도에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생성형 AI가 결합되는 순간, 기존 디자인씽킹은 전혀 다른 차원의 실천성을 갖게 된다고 봅니다.
제가 말하는 ‘생성형 디자인씽킹’은 뜻 그대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강조된 디자인씽킹 방법론입니다. 인간은 문제의 본질을 묻고, 방향을 설정하고, 가치와 우선순위를 판단합니다. 반면 생성형 AI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제안하고, 여러 표현 방식을 실험하며, 초기 결과물을 신속하게 구체화합니다. 결국 핵심은 인간의 질문력과 판단력 위에 AI의 생성력을 결합하는 데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생성형 디자인씽킹은 첫째, 아이디어 생성 단계의 혁신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브레인스토밍이 주로 인간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훨씬 더 많은 양의 대안과 관점을 짧은 시간 안에 탐색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하나의 문제를 두고도 다양한 사용자 관점, 사회적 맥락, 기술적 가능성을 빠르게 확장해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빠른 결과물 생성이 가능해집니다. 아이디어는 머릿속에 있을 때보다 눈에 보이는 형태가 되었을 때 비로소 검토와 개선이 가능합니다. 생성형 AI는 스토리보드, 시각 자료, 발표 초안, 프로토타입 설명, 인터뷰 질문지와 같은 초기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 주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훨씬 빠르게 실험하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셋째, 생성적 사고방식 자체를 훈련하게 됩니다. 학생은 더 이상 주어진 문제를 푸는 사람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여러 해결안을 만들어 보고, 실패한 시도를 바탕으로 다시 개선하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생성형 디자인씽킹은 바로 이러한 반복적 생성과 수정, 검증의 태도를 학습의 중심에 두는 접근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성형 디자인씽킹은 단순히 AI 도구를 수업에 추가하는 수준의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AI 시대에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교육적으로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학생들은 앞으로 AI보다 더 많이 기억하는 사람으로 성장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AI를 활용해 더 나은 질문을 만들고, 더 깊이 공감하고, 더 적절한 해결책을 선택하며, 더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길러져야 합니다.
저희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생성형 AI를 교육 현장에 어떻게 안전하고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해 왔습니다. 휴몬랩이 운영하는 교풀AI는 교사가 직접 AI 도구를 설계하고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으며, AI 클래스 형태로 수업을 운영하고 학생 활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구성된 교육용 플랫폼입니다. 소개 자료에서도 교풀AI는 개인용 체험형 AI가 아니라 수업·학급 단위 운영, 활동 관리, 수업과 평가의 연계를 고려한 교육 현장 중심 플랫폼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교육에서 AI 활용은 단순히 학생에게 챗봇을 한 번 사용해 보게 하는 체험으로 끝나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의 흐름 속에서 활용 가능해야 하고, 학생의 참여 과정이 보이며, 교사의 의도가 반영되고,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어야 합니다. 교풀AI 가이드 역시 교사가 프롬프트를 설계해 교육적 의도를 반영하고, 학생 활동 기록을 바탕으로 피드백과 수업 운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학교가 길러야 할 역량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사람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입니다. 둘째는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질문 능력입니다. 셋째는 AI와 함께 빠르게 만들고 검증하는 실행 능력입니다. 이 세 가지가 결합될 때 학생은 더 이상 정답을 기다리는 학습자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학습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교육은 언제나 시대가 요구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었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표준화된 역량이 중요했고, 디지털 시대에는 정보 활용 능력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생성형 AI 시대의 교육은 무엇을 길러야 하겠습니까. 저는 그 답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고하고 질문하고 판단하며 협업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학생들에게 단지 AI 사용법만 가르쳐서는 안 됩니다. AI와 함께 사고하는 법, AI와 함께 만드는 법, AI가 만든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인간의 가치와 책임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저는 그 교육적 방향을 설명하는 하나의 이름으로 ‘생성형 디자인씽킹’을 제안드립니다.